'평균적인 사람'은 실제로 존재할까요?
- argentum92
- 4월 10일
- 2분 분량

‘평균 Average’
‘평균 대비 상위의 00’
‘다른 지원자 대비 어느 정도’
“평균 정도는 되는 거 같아”
“평균 정도로 맞추면 되지 않을까?”
일상에서, 주변에서, 혹은 무수히 겪어야 했던 경쟁에서, 참 많이도 듣고 또 들었던 말입니다.
그런데 저 ‘평균’이라는 말은 대체 어떻게 우리 삶 속에 들어왔던 걸까요?
언제부터, 어쩌다가 교육, 사회, 그 밖의 많은 부분을 주름잡다 못해 ‘인간다움’의 영역까지 논하는 개념이 되었던 것일까요?
‘인간’, ‘인간다움’, 그리고 ‘평균’.
인간을 위해 평균이 있었던 것일까요, 평균을 향해 인간에게 선이 그어졌던 것일까요?
오늘은 ‘평균’이라는 완전한 허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940년대 말, 미 공군.
당시의 공군은 한참 신형 전투기를 도입하고 적응할 때였습니다.
제트엔진 항공기 시대의 도래로 기체의 전체적인 구조가 바뀌었고, 그에 따라 조종계통에도 변화가 생긴 때였거든요.
그런데 원인불명의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나는 기종도, 문제가 발생하는 곳도 가지각색이었죠.
어떤 날은 급강하, 어떤 날은 비상식적 착륙, 어떤 날은 기체 폭발*...
*이로 인해 사망자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수차례의 조사 끝에 군은 전례없는 규모의 결정을 내립니다.
‘모든 조종사들의 신체 치수를 재측정할것.’
당시의 조종석은 1920년대 후반의 조종사들을 모델로 설계되었던 것이니,
2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선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던 거죠.
새 데이터*로 다시 한 번 최고의 조종석을 설계한다,
그러니까 조종사들의 평균 신체값을 다시 산출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측정 항목만 140여 개에 달할 정도였으니 당시 공군이 쏟은 정성을 말해 줍니다.
여기서 신입 연구원 한 명이 의문을 제기합니다.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조종사에게 신체 평균값이 정말 유의미할까?”
“이렇게 산출된 평균에 해당하는 조종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결과는?
0명이었습니다.*
전체 조종사 4063명 중 0명이요.
분명 데이터 자체는 조종사들로부터 측정된 결과였지만,
정작 산출된 평균을 모으니 전혀 허상의 값을 가리켰던 것입니다.
그 의자는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을 기준으로 제작되었던 것이죠.
*140여개 항목 중 가장 중요성이 높은 10개 항목에서의 데이터 산출 결과

항목의 수를 줄여도 결과는 거의 똑같았습니다.
단 3개 항목*만 평균치를 산출해도,
그 안에 모두 들어맞는 조종사는 전체의 3.5%를 밑돌았으니까요.
*목둘레, 허벅지 둘레, 허리둘레
평균이 허상임을 깨닫고 나자 문제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해결되었습니다.
조종석의 설계 자체를 ‘개인 맞춤형’이 가능하도록 바꾸었거든요.
그 중 하나가 ‘조절 가능 시트’, 오늘날의 자동차에서 보이는 바로 그 좌석입니다.
1940년대의 군에서 개개인의 다름을 받아들여 2025년까지 사용되는 기술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인간으로부터 나왔으나 그 끝에 허상만을 자리하게 한 평균.
그 평균을 견고히 자리잡게 한 표준화 시스템.
우리는 언제부터 평균을 쫓게 되었던 것이며,
평균은 인간을 얼마나 잘 보여 주고 있는 걸까요?
일터에서도 ‘평균적인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긴 할까요?
어쩌면 ‘평균적인’ 접근보다 개인의 고유한 맥락과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동기와 몰입을 높이는 데 훨씬 더 중요한 자원이 되지 않을까요.
-> 다음 글: ‘평균적인 뇌’도 없다고?
“블루밍고는 구성원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꿈꾸며, 그 길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이들이 모인 팀입니다.”
참고문헌: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저, 정미나 번역/이우일 감수, 21세기북스
Daniels, The “Average Man”?
Kenneth W. Kennedy, International anthropometric variability and its effects on aircraft cockpit design. No. AMRL-TR-72-45. (Air Force Aerospace medical research lab, Wright-Patterson AFB OH, 1976); for an example of manufacturers implementing the design standards, see Douglas Aircraft Company, El Segundo, California, Service Information Summary, Sept.–Oct.,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