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뇌'도 없다.
- 보라 김
- 4일 전
- 3분 분량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버트렌드 러셀, 영국의 철학자
지난 아티클에서 ‘평균의 허상’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못보셨다면, 여기로!)
오늘은 다른 관점에서 ‘평균적인 사람’에 대해 생각해볼까 합니다.
잠깐! 왜 블루밍고는 ‘평균’에 의문을 던질까요?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하루하루의 컨디션도, 감정도, 몰입도도 매일 달라지죠.
그런데도 사회와 조직은 오랫동안 ‘평균’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조직 운영도 대부분 ‘평균적인 사람’을 가정하고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정말, 사람을 평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각자의 상태와 리듬을 존중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이해의 첫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서와 몸의 변화를 기록하고, 그날의 ‘진짜 상태’를 바탕으로
조직과 구성원이 더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개인성을 지닌 ‘나’로 일할 수 있도록.
그래서 제일 익숙한 '평균'에 대한 개념부터도 같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2015년 개봉한 픽사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
영화 속에는 총 5가지 감정들이 등장합니다.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등장인물의 개성에 따라 감정들의 모습(수염의 유무, 옷차림 등)은 바뀔지언정, ‘한 사람당 5가지 감정’이라는 기본 속성은 변하지 않죠.
즉,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정말, 정말 인간의 뇌는 표준적인 기반을 공유하고 있을까요?
‘표준 뇌’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그 뒤의 이야기를 한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2002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신경과학 연구실.
인간의 기억을 탐구하는 실험이 한참 진행 중이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는 총 16명, 대략적인 순서는 아래와 같았죠.
피험자들을 한 명씩 fMRI 장치에 눕힌 상태에서 일련의 단어들을 보여 줍니다.
얼마간의 휴식 시간을 거친 뒤, 또 다른 배열의 단어들을 제시합니다.
1에서 봤던 단어가 다시 지나간다 싶을 시 피험자는 버튼을 누릅니다.
판단하는 순간(버튼을 누르는 순간)마다 참가자의 뇌를 스캔하면서 일종의 ‘뇌 활동 지도’를 얻습니다.
간단한 실험 과정만큼이나 그 의도도 명료했습니다.
“취합한 뇌 활동 데이터로 ‘평균 언어 기억 지도’를 얻는다.”
실험을 진행한 과학자, 마이클 밀러Michel Miller는 이를 통해 ‘일반적인 뇌’에서의 언어 기억에 대한 신경 회로*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신경 회로: 인간이 어떤 활동(말하기, 걷기, 웃기, 울기 등)을 할 때, 그를 관장하는 뇌의 영역.
개개인이 누구인지를 떠나 ‘활동’에 의해 활성화된다 하여 ‘신경 회로’라고 불립니다. (선풍기든 드라이기든 회로가 제대로 설치되면 ‘전기가 들어오고 바람을 일으킨다’라는 목적대로 작동하는 걸 떠올리시면 됩니다)
이 신경 회로를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갈수록 회의적인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뇌 이미지.
결과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피험자들의 뇌 활동 이미지. 붉은 표시는 뇌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부위를 나타냅니다.
이 안에, 과연 ‘평균적인 뇌’가 존재할까요?
뇌 활동의 평균을 계산할 시 아래와 같은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group’이 평균치 계산 후의 이미지입니다. 개개인의 이미지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다가오시나요?
연구를 진행했던 밀러 박사 본인조차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습니다.
뭔가를 놓친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같은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한 번 더 해 봤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개개인의 두뇌 활성 결과는 저마다 다르며, 나름의 체계를 띄는 패턴으로 보인다.’
복잡한 실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평균적인 인간은 없다.
평균적인 뇌도 없다.
그렇다면 이 ‘평균’이라는 잣대는 대체 왜, 어쩌다가 우리 삶에 들어왔던 것일까요?
그리고 얼마나 치밀하게 우리의 시스템과 사고 체계에 침투해 있을까요?
'나'를 이해하기 위해 도전해야 하는 개념들은 다음 편에서도 나눠보려고 합니다.
참고문헌: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저, 정미나 번역/이우일 감수, 21세기북스
Miller, M. B., Van Horn, J. D., Wolford, G. L., Handy, T. C., Valsangkar-Smyth, M., Inati, S., Grafton, S., & Gazzaniga, M. S. (2002). Extensive individual differences in brain activations associated with episodic retrieval are reliable over time.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14(8), 1200–1214. https://doi.org/10.1162/089892902760807203
그림 1: Partial adaptation from Figure 2 of Miller et al. (2002),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14(8), 1200–1214. https://doi.org/10.1162/089892902760807203.
그림 2: Figure 2 of Miller et al. (2002),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14(8), 1200–1214. https://doi.org/10.1162/089892902760807203.